문서관리 시스템 만들어본 후기 #7 — "이 PDF, 진짜 최신본 맞아요?"
메일로 보낸 절차서 PDF를 두고 파트너 담당자가 물어옵니다.
"이거 지금도 유효한 버전 맞나요?"
정답은 하나뿐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리고 그 말의 근거는… 제가 그렇게 기억한다는 것뿐입니다.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파일에 개정번호가 찍혀 있어도 그건 파일이 만들어지던 순간의 이야기지,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이 시리즈 #2에서 "출력물을 신뢰의 근거에서 뺀다"고 했었죠. 그다음 문제가 이겁니다. 신뢰의 근거를 시스템으로 옮겼는데, 시스템 밖에 있는 사람은 그 근거에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외부 파트너, 고객, 심사원, 현장 파일철에 꽂힌 출력본 — 전부 시스템 밖입니다.
그래서 참고한 게 정부 민원서류입니다. 주민등록등본 아래쪽에 문서확인번호와 진위확인 안내가 붙어 있죠. 발급기관을 믿어달라고 하지 않고, 받은 사람이 직접 대조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종이는 종이대로 두고, 판정은 발급기관 서버가 합니다.

실록에서 발행한 PDF의 결재 서명페이지에는 '문서 진위 확인' 블록이 들어갑니다. QR 코드와, 스캔이 어려울 때 손으로 입력할 수 있는 확인 주소가 함께 있습니다. 스캔하면 공개 판정 페이지가 열리고, 판정은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최신본이거나, 구버전(이 경우 지금 유효한 판이 무엇인지 안내합니다)이거나, 폐기입니다. 손에 든 종이와 화면을 나란히 놓고 대조하면 끝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걱정이 생깁니다. "그럼 주소만 알면 아무나 우리 문서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열람하려면 회사가 발급한 6자리 문서 확인 코드를 넣어야 합니다. 코드는 회사관리에서 발급·재발급·해제할 수 있고, 재발급하면 예전에 코드를 통과했던 브라우저도 그 즉시 다시 잠깁니다. 파트너와의 관계가 끝났을 때 회수할 것이 종이가 아니라 코드 하나라는 뜻입니다.
존재하지 않거나 아직 발행되지 않은 문서의 주소로 들어가면 그냥 중립적인 404가 나옵니다. "그런 문서는 있는데 권한이 없다"는 식의 힌트를 주지 않습니다. 주소를 바꿔 넣어가며 문서가 있는지 없는지 떠보는 일이 안 되게 하려는 겁니다. 검색엔진 색인도 막아 두었습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하나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이건 파일이 손대졌는지 잡아내는 기능이 아닙니다. 이 문서번호와 판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발행한 회사가 답해 주는 기능입니다. 실무에서 사고가 나는 지점은 위조가 아니라 대개 "3년 전 판을 아직 쓰고 있었다" 쪽이니까요.
밖으로 나간 문서가 최신본인지, 지금 어떻게 확인하고 계신가요? 메일 회신으로 물어보시나요, 아니면 매번 새로 보내드리나요 — 댓글로 들려주시면 다음 글 소재로 삼겠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