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관리 시스템 만들어본 후기 #5 — 5년째 아무도 안 읽은 SOP
솔직히 말해봅시다. 회사에 5년째 개정도, 검토도 안 된 SOP 하나쯤 있으시죠?
내용이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아무도 안 읽어서입니다. 업무는 이미 바뀌었는데 문서만 2021년에 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심사 때 심사원이 하필 그 문서를 뽑아 들면 — "이 절차, 지금도 이렇게 하십니까?" — 현장 담당자가 해맑게 답합니다. "아 그건 요즘 이렇게 안 하는데요."
QA는 그 자리에서 승천합니다.
그래서 규정에 주기검토(periodic review)를 넣습니다. "모든 문서는 3년마다 검토한다." 문장은 완벽합니다. 문제는 실행이죠. 문서 200개의 차기 검토일을 누가 추적합니까? 엑셀입니다. 그 엑셀은 누가 봅니까? 만든 사람만 봅니다. 그 사람이 퇴사하면? 아무도 안 봅니다. 주기검토 누락이 심사 단골 지적인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수작업 추적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록에서는 시행일 기준으로 차기 검토일이 자동 계산됩니다. 도래하면 대시보드에 뜨고, 경과하면 붉게 표시됩니다. 사람이 엑셀을 열어야 아는 게 아니라, 로그인만 하면 시스템이 먼저 말을 겁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갑니다. 검토 기한이 경과한 문서는 PDF 출력이 차단됩니다. "검토 안 한 문서를 현장에 배포하는 일"이 물리적으로 안 되는 겁니다. 처음엔 너무한가 싶었는데, 써보니 이게 맞습니다. 불편함이 딱 한 사람 — 검토 담당자 — 에게 정확히 배달되고, 검토를 마치면 사라지니까요.

검토 자체도 기록입니다. "변경 불필요, 현행 유지"도 검토자·일시와 함께 남습니다. 심사원이 "주기검토 하고 계십니까?"라고 물으면, 검토 이력 화면 하나로 답이 끝납니다.
5년째 잠자는 그 SOP, 제목이 뭔가요? 댓글로 알려주시면 — 어떤 문서들이 주로 방치되는지 통계 내서 다음 글에서 공유하겠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