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관리 시스템 만들어본 후기 #2 — 폐기본을 들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문제
감사 때 이런 질문 받아보셨죠.
"이 출력물, 최신본인 게 확인됩니까?"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SOP 출력본. 저건 언제 뽑은 거고, 그 사이 개정은 없었고, 폐기본이면 누가 회수했나. 순간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차서마다 도장을 찍었습니다. CONTROLLED COPY. 그리고 배포대장을 쓰고, 개정되면 회수 기록을 남기고, 회수한 구본에는 OBSOLETE 도장을 다시 찍고... 도장 하나 때문에 서식이 세 개입니다. 이 세 서식이 서로 안 맞으면? 그게 바로 Finding입니다.
제일 무서운 건 "폐기본을 쓰고 있다"가 아닙니다. 폐기본을 들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겁니다. 현장 파일철에 꽂힌 출력본은 개정 사실을 모릅니다. 종이는 스스로 낡지 않으니까요.

실록에서는 이 문제를 출력 시점이 아니라 파일 생성 시점에 해결합니다.
시행본 PDF가 만들어지는 순간, 모든 페이지 하단에 문서번호·개정번호·시행일이 푸터로 박힙니다. 그리고 문서가 개정되어 구버전이 폐기 상태로 바뀌면, 그 버전의 PDF는 그 순간부터 페이지 전면에 대각선 OBSOLETE 워터마크와 폐기일을 달고 나옵니다. 도장이 아니라 파일 자체가 자기 상태를 말하는 겁니다. 사람이 깜빡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도 이미 출력해둔 종이는요?" — 맞습니다. 그래서 발상을 바꿔야 합니다. 출력물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출력물을 신뢰의 근거에서 빼는 것. 시스템 화면이 항상 최신본이면, 종이는 참고용 사본일 뿐입니다. 심사 때 "최신본 확인은 시스템에서 합니다"라고 답하는 순간, 배포대장·회수기록 서식 두 개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10년 넘게 도장 찍고 대장 쓰면서, 단 한 번도 이 일이 품질을 높인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그 시간은 문서 내용을 다듬는 데 쓰는 게 맞습니다.
혹시 지금도 CONTROLLED COPY 도장을 찍고 계시다면 — 댓글로 회사의 배포·회수 관리 방법을 들려주세요. 어디까지 시스템으로 넘길 수 있는지 같이 따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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